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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독후감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줄거리 독후감

by 생각하는 남자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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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마(2017 노벨 문학상)

 

나를보내지마
나를보내지마

 

 

줄거리

 

캐시는 현재 장기 기증자들을 돌보는

간병인을 하고 있으며

이미 간병인으로서 인정도 받고 있는

오래된 간병인이다.

 

그녀는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 다녔던 기억을 회상하게 된다.

 

헤일셤은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을 양성하는 곳 중 하나이다.

 

캐시는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자랐으며

16살이 된 이후 친구 토미, 루스와 함께

어느 마을에 배정을 받게 된다.

 

토미와 루스는 그곳에서 커플로 지냈고,

캐시를 질투하는 루스에 의해 토미와 캐시는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스의 근원자를 봤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은 다 같이 노퍼크라는 곳으로 떠난다.

 

자신의 꿈이 노퍼크와 같은 곳에서

사무를 보는 것이었던 루스는

설레는 마음에 근원자를 찾아 그곳으로 갔지만,

비슷할 뿐 결국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실망에 젖어 돌아온다.

 

하지만 헤일셤 출신 사람 중에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커플이 되었을 때 그 커플에겐 

3년간 기증 유예기간을 준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학창시절 그림을 잘 그렸던 캐시처럼 영혼이 있는

복제 인간이 사랑에 빠지면

유예 자격이 있다는 추측이다.

 

그 이후 토미와 캐시를 경계한 루스의 방해 공작에

둘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고,

결국 간병인을 지원한 캐시는

그 마을에서 나와 간병인이 되어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다.

 

간병인은 간병하는 동안엔 장기기증을 피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심하여

많은 이들이 하다가 포기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캐시는 잘 적응하였고,

이후 루스의 소문을 듣고는

그녀를 간병하고자 자원하게 된다.

 

루스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보이지만,

2차 장기기증을 한 것 때문에

기력은 많이 쇠해있었다.

 

그리고 루스의 부탁으로

다른 병동의 토미를 만나러 가게 된다.

 

토미도 2차 기증을 마친 후였지만

나름대로 기력이 있었고,

이들은 셋이 모여 바다에 배를 보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루스는

그동안 미안했던 것을 털어놓으며

이들에게 헤일셤

마담이었던 사람의 주소를 알려준다.

 

마담을 찾아가 그 소문대로

기증 유예를 부탁해보라는 것.

 

이후 루스는 3차 장기기증 후 죽게 되었고,

토미와 캐시는 사랑을 나눈 후 마담을 찾아간다.

 

캐시는 이미 학창시절 작품으로

영혼이 있음을 증명받았고,

토미는 영혼을 어필하기 위해

그동안 그린 그림을 들고 간다.

 

하지만 마담은 그 소문이 근거 없는 것임을 알렸고,

학생들의 그림을 모은 이유는 그들에게 영혼이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린다.

 

헤일셤에선 그림을 통해 기증자들에게

영혼이 있음을 확인해주었고,

더욱 좋은 조건에서 그들을 자라게 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증자들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헤일셤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서서히 지원을 끊으며

헤일셤이 문을 닫게 되는 절차를 밟게 되었다는 것.

 

이제 기증 유예 따위는 없다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

돌아와 3차 기증을 마친 토미는 결국 죽었고,

캐시는 소중했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느낀점

 

남아있는 나날 이라는 소설을 쓴 가즈오 이시구로

가장 히트작이라고 하는 나를 보내지마이다.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태어난 복제인간 이야기인데,

SF이긴 해도 그렇게 박진감 넘치는 SF는 아니다.

 

복제 인간들이 도망 나가는 일도 없고,

인간들에게 반항하는 일도 없다.

어려서부터 잘 길들여져서 일까 싶기도 했다.

 

소재도 그렇고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인간의 욕망이란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은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너무 식상하고

일단 흥미로운 것부터 써본다.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캐시가 포르노 잡지를 보는 장면이었다.

 

그것도 천천히 음미해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훑어보는 것.

토미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나중에 캐시를 만났을 때

그녀가 해준 말은 이런 것이었다.

 

자신은 때때로 참을 수 없는 성욕이 올라오곤 하는데,

아무하고나 관계를 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자신의 근원자가 포르노 배우가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포르노 잡지를 훑어보았다는 것.

 

그 장면을 읽고 나니 나도 SF란 장르에 맞게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 부모님이 없다고 가정하고 내가 복제 인간이라면,

나의 근원자는 어떤 모습을 하며 살고 있을까.

 

캐시의 경우처럼 아마 지금의

 어떠한 성향을 보고 상상하겠지.

 

그래서 가만히 상상을 해보았다. 

나의 근원자는 어떤 사람일까.

일단 움직이는 것을 매우 싫어할 것이고

계산 머리가 잘 굴러갈 것이며, 약골이고....

하나 잡히는 게 있으면 끝이 나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뭔가 주식 관련된 걸 하고 있진 않을까?

아니다. 그건 배포가 작아서 안 되겠구나.

그럼 뭘 하며 살고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어차피 지금의 내 모습도 이번 생의 미래,

혹은 다음 생의 시점에서 보면 원본이다.

 

최초의 원본은 어딨는지 찾을 수나 있을까.

오늘의 모습이 또 내일의 원본이 되고 그러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의 내 모습이

또 다른 내 미래의 원본이란 생각을 하면,

나 역시 원본으로서 의무감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저 복제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드는 생각이 그런 거다.

저들의 근원자들은 대체 얼마나 무책임한가.

자신의 클론들이 어떤 고통을 받든 상관없으니 말이다.

 

느낀점 2

 

 

나는 배 째는 수술이라곤 맹장 수술 밖에 안 해봤는데,

그거만 해도 하고 나면 정말 몇 주간 힘을 못 쓴다.

배에 힘도 못 주고, 입맛도 없고, 말하기도 힘들다.

 

요즘엔 맹장수술도 복강경으로 한다지만

나 어려서는 배를 째고했었다.

 

그런데 이들은 짧게는 1, 2차 길게는 4차까지도 수술을 한다.

장기 하나 꺼내고 회복하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은 고스란히 복제 인간들의 몫.

 

그렇게 책을 보다 보면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근원자들이나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행동이며 말이며 너무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그냥 닭장에 닭 보듯이 죽었나 보다...

장기를 꺼냈나 보다...

쟤네들 많이 아픈가보다....

 

그나마 헤일셤에선 추억 돋는 학창시절을 만들어줬으니,

그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저 그런가 보다...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나 역시도 복제 인간이 아니라

하다못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테러나 자연재해 등에 대해

무감각할 때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테러가 났나보다....굶어 죽어 가는가 보다...

 

대체 이런 무감각은 어디에서 왔으며,

이런 무감각이 어떠한 과를 낳게 될 것인가.

복제 인간을 대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있나.

 

책에선 처음에 인간들이 복제 인간에 대해서

영혼이 없다고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헤일셤을 통해 그들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로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나온다.

 

나는 그 두려움의 이유가 영혼이 있는 사람을

죽인다는 죄책감일 줄 알았는데,

어이없게도 그게 아니라

그들이 반란을 일으켜

자신들을 위협할까봐서 라고 한다.

결국 영혼이 있든 없든 이제 상관없다는 얘기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을

병으로부터 구해보고 그랬으니

처음이 어렵지 이젠 너무도 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 복제 인간들을 적으로 만든 것이다.

공감을 멈추고 무감각해지는 순간

감정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대상을 적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난민의 상황에 대해 무감각하게 지내다 보니

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순간 적으로 간주했듯이.

무감각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순간 적을 양산한다.

 

적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으면서까지

지키는 권리는 전쟁에서 적에게나 하는 행위이지 않나.

 

인간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행위를 할 수 있다.

자비를 품을 수도 있고, 지혜를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 헤일셤엔 그런 게 없고,

우리의 일상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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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점 3

 

마지막에 캐시는 퇴색하지 않는 소중한 기억을 떠올린다.

나를 보내지마는 캐시가 학창시절 들었던

‘NEVER LET ME GO’라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다시 소환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자신을 보내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남아있는 나날과 이 책이 비슷하다고 느낀 점은

바로 과거에 대한 회상이

소설의 구성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집사 생활을 회상하던 스티븐스나,

과거의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캐시나.

 

현실이 썩 유쾌하지 못한대도 불구하고,

유독 과거를 추억하며

그 힘으로 살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소중한 기억이란 대체 어떤 힘을 발휘하는 걸까.

 

책에는 손에 쥔 풍선에 비유하는 말이 나온다.

한 손에 쥔 풍선은 풍선이 모인 곳의 실을 잘라버리면

모두 한순간에 흩어진다는 식의 비유이다.

 

즉 풍선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게 쥐고 있는 손이

소중한 기억들이라는 것이고 그 기억들이

날아가면 사람은 모두 흩어지게 된다는 뜻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헤일셤이 폐쇄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캐시가 기운이 쫙 빠졌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기억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그냥 기억이 아닌 소중한 기억이라는 건

그만큼 사람 사이를 묶는 큰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캐시의 기억은

모두 좋은 기억은 아니다.

루스와 투닥거리기 일수였고, 

토미와의 마찰도 심했었다.

 

스티븐스의 집사 생활도 좋은 기억만 있는 게 아니다.

온갖 개고생한 기억이 더 많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버지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회의를 이끄느라 정신줄 놓지 않기 위해 애쓰기 바빴다.

 

소중한 기억이란 건 그렇게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란 거다.

 

내가 그곳에 있었고,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면 족할 수 있다.

 

위대한 집사임을 확인 시켜주었던 저택에서의 기억이고,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태어났지만 가장 꽃다웠던 때가

헤일셤에서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퇴색하지 않는 기억인 소중한 기억이

우리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연결시켜 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마 캐시가 그런 인간 사이에

끈끈함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없이 메마른 근원자들 보다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어르신들이 가끔 옛날얘기를 하며 푸념을 늘어놓거나,

내가 생각했을 때 가당찮은 시절의 얘기를 하며

그때가 많이 좋았다고 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나는 그럴 때면 그 마음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그때가 뭐 그렇게 좋았다고 그러나.

 

하지만 복제 인간인 캐시와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유일하게 그들에게 인간적인 면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그런 소중한 기억들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나를 타인과 끈끈하게 묶어주는

소중한 기억들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다지 대단한 일들은 아니다.

어디에 가서 뭐 하고 뭐 먹고 웃고 떠들고...

소소하고 유치하고 부끄럽기도 한 그런 일들이다.

 

그러니 어르신들이 별것도 아닌 거 같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징징거리거나 청승 떤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어지간히도 무감각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기억이든 사람 사이를 묶어주는 기억이라면,

그들에겐 퇴색하지 않는

매우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는 것인데

내 판단에서 대단한 기억이

따로 있었다고 생각해 왔었나 보다.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유치하다거나 소소하다고

무시당하거나 격하된다면 나의 기분은 또한 어떻겠는가.

그런 생각만 해봐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다.

 

토미는 기증 유예가 없다고 거부당한 이후

돌아오는 길에 분노에 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게 된다.

헤일셤에선 그래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으니

그에 고맙게 생각하라는 얘길 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토미는 대체 어떤 분노에의해 소리를 질렀을까

이건지 저건지 단박에 생각이 안나서 오래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소중한 기억들이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모욕감이나

농락당했다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사실 근원자들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그렇게 복제 인간을 만들어서까지

오래 살고싶어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자신들의 기억은 끔찍이도 소중히 여기면서,

복제 인간들의 기억에는 어쩜 그리도 무감각한지.

 

자신들은 몇십 년도 모자라 더 살고자 하면서

 3년 정도의 유예기간도 용납할 수 없다니,

3년이면 더 소중한 기억을 남기고

죽을 수 있다는 건데 말이다.

 

난 처음에 복제 인간에 대해서 

대체 그들에겐 어떤 영혼이 있고

어떤 존재감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책을 끝까지 보아왔다.

 

하지만 끝까지 와보니 소중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면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존재감이 있다.

 모두 한 손에 매달려있는 풍선들이다.

 

그러니 결국 나를 보내지 마 

그렇게 소중한 기억들로부터

나를 보내지 말아 달라는 절절한 소원처럼 들려온다.

 

처음 책을 읽을 땐 복제 인간들이 기증하기 위해 치르는

수술과 후유증의 고통들 만이 그들의 두려움인 줄 알았다.

하지만 후반부쯤 와보니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이 있었다.

 

캐시와 토미가 기증 유예를 부탁하고

그것이 좌절되며 겪는 분노를 보니

그들은 기증의 고통 보다도

그들을 묶어주던 소중한 기억으로부터

단절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나요

마지막쯤 토미가 마담에게 던진 의문의 한마디이다.

 

이 말을 다시 곱씹어보면 당신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기억을 오래 공유하고 싶은 만큼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혼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나는 구체적으로 영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영혼이 무엇인지 까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최소한 영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한 기억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것쯤은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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