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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시사

퀴어 축제 논란

by 생각하는 남자 2024.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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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축제 논란

 

대형 무지개 깃발을 앞세운 행렬이 대전 중앙로를 가득 메웠다.

무지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무지개색 머리띠와 팔찌, 페이스페인팅까지

온 몸을 무지개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이들은 "우리 여기 있어"라고 외치며 당당하게 성소수자임을 드러냈다.

 

6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이 축제를 위해 그 동안 대전지역 퀴어 당사자와 34개의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그리고 100여 명의 시민위원들이 조직위원회를 꾸려 준비해왔다.

 

자치단체의 비협조로 장소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조직위는

마침내 이날 대전 최초의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사랑이쥬! 우리여기있어'를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 일원에서 개최한 것.

 

이날 축제는 오전부터 30여 개의 천막 부스가 설치되어 운영됐고,

정식 개막 행사는 오후 1시부터 진행됐다.

개막식에서는 전국 각 지역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의 연대발언과 지역시민사회단체 대표 발언,

기독교·원불교 성직자 발언,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성소수자들의 입장

 

개막식에서 발언에 나선 이들은 성소수자도 당당한 이 사회의 일원이며

결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오히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이 죄라고 말했다.

또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임신규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운 성소수자들은 존재하면서 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린 항상 어디에 있어 왔다"며 "그래서 '우린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드디어 대전에서도 그 외침이 시작되었다. 정말 자랑스럽고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희 여성인권티움 팀장은 "성소수자는 누군가의 찬성, 허락, 동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한다. 이성애라는 단 하나의 방식만을 소위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럽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나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안의 문제이지 여기 있는 우리들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지개색 머리띠를 두르고 나온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장은

"차별과 불평등에 취약한 소수자는 괴롭힘과 폭력에 더욱 취약하다.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이 모욕과 괴롭힘의 대상인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은 없다"며

"폭력과 괴롭힘을 방치하면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 삶 자체를 파괴하게 된다.

성별, 외모,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출신국가, 나이, 장애 등

그 무엇도 인간의 존엄을 파괴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의 부모 입장 - 

성소수자 딸과 함께 온 어머니 "혐오세력 안타까워"

 

이날 축제에 참석한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을 혐오하는 세력을 향해

'세상을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생각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원지원씨는 어머니 정선혜(써니)씨와 함께 참석했다.

원씨는 대전에서 살고 있고, 정씨는 부산에서 딸과 함께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올라왔다.

 

원씨는 "사람들이 좀 다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왜 꼭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보편적이고 가장 쉬운 생각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면 재미없지 않은가, 그러지 말고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정씨도 혐오세력을 "뭘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또는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한 번도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적인 없지 않은가,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자신을 드랙아티스트라고 소개한 활동명 왕자씨는

대전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감회가 새롭고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그는 "7년째 대전에 살고 있는데,

대전에는 벽장퀴어(벽장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저 자신을 드러내면서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기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퀴어혐오세력에게 "피곤하게 살지 말라"며

"아무리 너희들이 떠들어봐도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피곤하게 살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퀴어축제를 응원하는 사람들

 

이날 축제에는 성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정당, 성소수자부모, 목회자, 원어민선생님들까지 모두 함께 모여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특히, 기독교 목회자들은 성소수자 커플 또는 개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하는 기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성도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한 남재영 빈들공동체교회 담임목사는

성소수자를 반대하고 혐오하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기독교 안에서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굉장히 폭력적이다.

 

퀴어가 죄가 아니라 퀴어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이

오히려 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 빈들공동체는 퀴어들을 사랑하고 축복한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오늘 축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축제장에서 만난 한창민 사회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은

"대전에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대 세력의 집회 맞불
 
당초 조직위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축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실제 축제에 참가한 시민은 1000명을 훌쩍 넘겼다.

퍼레이드 시작 시간이 가까워 오자 참여 시민들은 점점 늘어났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2000명에 가까운 것 같다고 예상했다.

 

퀴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다. 소제동 거리에서의 행사를 마친 이들은

방송장비를 실은 대형 트럭을 앞세워 거리행진에 나섰다.

그러나 거리행진의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행사장 입구를 막아선 것.

 

이에 대해 경찰은 2차에 걸쳐 "여러분은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즉시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을 했고,

이에 계속 불응하자 경찰력을 동원해 이들을 인도 위로 밀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면서

퍼레이드 행렬을 막아서려 했지만 경찰병력에 둘러싸여

퀴어행진 시민들에 접근하지 못했다.

 

소제동 행사장에서 시작된 퍼레이드는 대전역 지하차도를 지나

중앙로를 따라 구 충남도청까지 계속됐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다시 유턴하여 중앙로네거리를 지나

대흥동 공원까지 약 2.7km를 1시간가량 행진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 시민들은 "퀴어가 뭣여? 사랑이쥬!",

"퀴어가 어딨어? 우리여기있어"라고 외치며 그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또한 이들은 "우리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혐오를 멈추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며, 이들의 행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향해

무지개 깃발과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환호하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인근에서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70개 단체가 참여한 '건강한가족시민대회준비위원회'는

대전시민들에게 동성애·퀴어의 문제점을 알리고, 건강한 가정을 세워

대전과 나라를 살리기 위해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를 개최하고 거리행진도 펼쳤다.

다만 경찰의 철저한 집회장소 분리와 대처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6일 오후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며 대전역을 지나고 있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 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무지개색 펼침막을 앞세운 천여명의 행렬이 성심당 케이크부티크 앞을 지날 때였다.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자, 대오를 이룬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무지개색 스카프를 두른 채 행렬 맨 앞에 선 개신교 목사들도 함께 노래했다.

 

선두 차량에 탄 진행자가 “퀴어가 뭐시여?”라고 묻자

참가자 모두 “사랑이쥬!”라고 소리쳤다.

대흥동 성당 계단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명관 베네닉토 주임신부가 그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대전 원도심을 메운 건, 사랑이었다.

지난 6일 대전 원도심에서 열린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웃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원도심에서 열린 ‘제1회 대전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는

‘차별 없는 모두의 축제’ 본연의 모습을 지키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11시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에서 시작된 축제의 분위기는 밝고 활기찼다.

 

전국퀴어문화축제연대·비온뒤무지개재단, 레인보우스토어, 퀴어굿즈라온, 행성인·모두의결혼,

성소수자 부모모임, 내다(학교를 무지개로 물들이자), 홍익대·성균관대 성소수자모임,

에일리언즈·퀴어욕망실천연대,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충북대 성소수자모임, 여성인권티움, 빈들공동체교회·큐앤에이,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 등 27개 부스가 행사장을 채웠다.

 

간간이 행사장 밖에서 ‘혐오 발언’이 들려오면, 참가자들은 야유 대신 더 큰 소리로 손뼉 치고 환호했다.

빈들공동체교회와 성서대전 등의 개신교 목사 11명이 지난 6일 대전 원도심에서 열린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하며 꽃잎을 날리고 있다. 

축제장에서 만난 대전시민들은 “이제 대전도 퀴어축제의 도시”라며 자랑스러워했다.

 

퀴어축제는 처음이라는 김민선(27·대전 유성)씨는 “모든 사랑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에서 첫 퀴어축제가 열린다고 해 왔는데, 이렇게 힙할지(밝고 신선할지) 몰랐다.

낡은 원도심에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니 흐뭇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처음으로 퀴어축제를 찾은 박유미(36)·유민(34)씨 부부는

“벚꽃이 피니 벚꽃축제를 하듯이 우리 곁의 성소수자가 있으니

그들과 함께 이런 축제를 열고 즐기는 거라고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도시로 가서 참여하기가 쉽지 않아 아쉬웠는데,

드디어 대전에서도 퀴어축제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력에 날짜를 적어뒀다”고 했다.

지난 6일 대전 원도심에서 열린 ‘대전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이장우 대전시장에게 쓴 엽서들.

 

이 시장은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전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해

“대중 앞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면 상당한 시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무조건 반대한다. 그분(성소수자)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공개적으로 여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조용히 하는 것이 맞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된 대전퀴어축제 모습에 놀라워했다.

서울에 사는 홍아무개(37)씨는 “서울퀴어축제와 달리 덜 혼잡해서 쾌적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어

색다른 매력이다. 혐오세력 방해도 서울에서보다는 극렬하지 않아서,

진짜 대전이 살기 좋은 곳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참가한 박민제(24·서울)씨도

“대전에 온 건 오늘이 처음인데, 양반의 도시라더니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분들도 다른 지역에 비해선 정말 점잖은 것 같다”며 웃었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된 개막식에선 연대발언과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싱어송라이터 유진솔·미루의 노래에 이어, 지구(노래)·지용(춤)이 ‘우리 여기 있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 공연을 했다.

임최도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장이 지난 6일 대전 원도심에서 열린

‘제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오는 13일 제주에서도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축제가 열린다. 

 

오는 13일 ‘제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축제를 앞둔

임최도윤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대전까지 이제 전국 10개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엔 퀴어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하고,

많은 퀴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가거나 공공연한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거리에 나와 사람으로서 존엄과 권리·자긍심을 말하며

성소수자도 인간답게 살게 되기를 외치고 있다. 우리의 다름은 틀리지 않았다.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며 차별과 혐오를 자유로 포장하는 사회가 틀린 것”이라고 소리쳤다.

 

대전퀴어축제에선 빈들공동체교회와 성서대전 등의 개신교 목사 11명이

참가자 모두를 위해 기도하는 ‘무지개 축복식’도 열렸다.

목사들은 “이 시간 간절히 비오니, 교회에서 상처받고 쫓겨난

모든 이들과 성소수자 길벗들이 그 모습 그대로 우리들의 새로운 식구가 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입맞춤이 주는 힘으로 사랑의 관계를 되찾게 하소서.

우리가 모여 함께 울고 웃고 떠들썩하게 춤추며 즐거움을 나누는 이 자리를

참사랑이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하오니,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삶에

사랑과 우정이 넘쳐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참가자들 머리 위로 꽃잎을 뿌렸다.

지난 6일 오후 대전 원도심에 있는 대흥동 성당의

오명관 베네닉토 주임신부가 성당 앞을 지나는

‘대전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거리행진은 소제동에서 시작해

대전역·중앙로·옛충남도청·성심당을 지나 대흥공원에서 마무리됐다.

퀴어축제 행렬을 본 시민들은 차·버스 안에서 손을 흔들기도 하고,

몇몇은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안전한 축제 진행을 위해 경찰 인력 1280명을 투입했다.

거리행진을 시작할 때 혐오 세력이 길을 막아서자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이니,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비켜달라”고 알린 뒤 길을 텄다.

 

박선우·무무 대전퀴어문화축제 집행위원장은

“대전에선 첫 퀴어축제라 700명만 참여해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훌쩍 넘어 1300여명이 함께해 우리도 놀랐다.

무엇보다 별 탈 없이 평화롭게 축제를 마무리해 기쁘다”며

“안전한 축제 진행을 위해 고생해주신 경찰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입장 -

일본이 ‘동성애’ 이유로 차별·박해한 커플…

캐나다는 ‘난민’ 인정

 

 

 

일본에서 성적 지향을 숨기도록 강요받거나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여성들이 캐나다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캐나다 당국은 “일본 전체에 (동성 커플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이들이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도 차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난민 인정 배경을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일 “동성 커플의 일본인 여성들이 지난해

캐나다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며 “이들이 일본에서 성적 지향을 숨기도록 강요받거나

성희롱을 당한 것은 동성애자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것이며,

일본에서는 이런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캐나다 이민·난민위원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50대 하나씨와 30대 엘리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4년이었다.

앞서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이성 결혼을 끊임없이 강요당했고,

직장에서 성적 지향을 밝혔다가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나씨는 2009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서로를 만난 뒤 새 삶이 시작됐다.

 

2019년 봄에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 혼인 신고까지 마쳤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오자 ‘부부’로서 삶은 인정받을 수 없었고, 다시 고난이 시작됐다.

 

동성 커플은 같이 살 집을 구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부동산으로부터 “동성 커플이 빌릴 수 있는 집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엘리씨는 직장에서 “동성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가,

직장 동료들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괴롭힘까지 당했다.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거주지를 옮겼지만,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주변에 ‘모녀 사이’라고 신분을 숨겨야 했다.

이들은 “둘이 함께 숨 쉴 곳은 아파트 방 안뿐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아야 했던 일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2021년 하나씨가 학생 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향했고,

이곳에 머물면서 캐나다 정부가 성소수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캐나다 정부가 만들어둔 ‘성적 소수자의 난민 인정 가이드라인’에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 등을 숨기도록 강요받는 것은

기본적 인권의 심각한 침해이며 박해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었다.

 

엘리씨는 “그동안 난민은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나라 사람들만 대상인 줄 알았는데,

가이드라인을 읽고 우리도 해당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좁은 가치관으로 우리를 몰아붙인 일본의 정치와 사람들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고 돌이켜봤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10월 난민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통지서에서 “일본에서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는 충분한 근거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캐나다 영주 자격이 주어지고,

5년 동안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면 캐나다 국적도 얻을 수 있다.

밴쿠버에서 직업 훈련을 받으며 생활하는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당당하게 손을 잡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동성 커플은 파트너에 대한 공제를 받거나,

국민연금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 함께 아이를 키워도 둘 모두 친권자가 될 수 없고,

배우자 사망 때도 법정 상속권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권한이 없다.

이 신문은 “일본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소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이미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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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입장 -

네팔은 왜 태국보다 먼저 동성결혼 허용했나

 

 

18일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이는 아시아 대륙 전체로 보면 처음은 아니다.

태국 이전에 대만과 네팔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했다.

네팔은 태국처럼 의회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동성 커플의 혼인 신고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동성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지난해 6월 네팔 대법원이 성소수자(LGBTQ) 관련 법을 개정할 때까지

LGBTQ 커플의 결혼 등록을 잠정 허용하라고 정부에 명했고, 행정부는 이를 따른 결과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문화로 널리 알려진 태국에 앞서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인

네팔이 먼저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낯설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네팔의 대법원은 그러나 이미 17년 전인 2007년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는

그들이 성적으로 남성적인지 여성적인지 관계없이 모두 정상적 인간이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 권리를 지닌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구 조사에서 ‘제3의 성’을 인정했고,

2013년에 ‘제3의 성’을 표기한 주민 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커밍아웃한 게이가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고,

여자용이 아닌 ‘성소수자’를 위한 공중화장실도 만들었다.

 

보수적인 네팔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보호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힌두교 전통에서

‘히즈라’로 불리는 ‘제3의 성’의 존재가 거론된다.

 

히즈라는 타고난 남자의 성을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포기하고

여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대 힌두 경전에선 양성성(兩性性·Androgyny)을 지닌

힌두신의 인격을 체현한 존재로도 본다.

힌두 문화권에서 히즈라는 특별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그 에너지로 축복이나 저주를 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이들은 샤머니즘 전통에서의 무당처럼,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18세기 이래 영국 식민 지배를 거치며

서구 근대사회의 동성애 혐오 탓에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추락했지만,

힌두 문화권 저변에는 이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 문화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남아시아 국가 방글라데시에서도

2013년, 인도에선 2014년 ‘히즈라’를 제3의 성(性)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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