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는 남자의 일기
우리 아버지는 장애인이다.
그래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다.
오늘은 급한일이 있어서 근처 빌라에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셨다.
그러고 얼마 안있어 누군가로부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여기 장애인 자리에 주차했나요?"
"네..."
"여기 빌라에 사시는 분인가요?
여긴 장애인 없는데?"
"아니 제가 장애인인데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댔어요"
"빌라에 사는 사람도 아닌데 대면 안되죠
딱지 붙이기 전에 차 빼세요.
지금 바로 빼요!"
"네..."
나는 아버지의 통화너머로 들리는
감정적인 말투가 거슬렸다.
그분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겠다.
그리고 남의 사유지에 주차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좀 더 친절하게 해줄 수는 없었을까.
친절이 아니라도
그냥 의사만 전달할 수는 없었을까.
낮이라 자리도
널널한 것을 확인하고 주차했다.
그런데 왜이렇게 사늘한 것일까.
더욱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안다면
바로 빼라는 말을 꼭 했어야했나 싶다.
어느 다큐에선 말한다.
감정을 섞어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말을 더 잘듣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비의 문제에서 아무리 자신이 옳더라도
이렇게 말하면 전달되는 건 감정뿐이라고.
주차문제는 분명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나도 간혹 내 자리에 누군가 주차를 하면
괘씸한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그래도 전화를 할 땐
감정을 모두 빼고 말한다.
'0000 차주 되시죠.
지금 주차해야하니 자리좀 빼주세요'
어떤 때는 급한대로 내가 주위를 돌다가
내 자리가 아닌 곳에 대고선
나중에 그 사람에게 전화로 알려주기도 한다.
난 그냥 사람들이 화를 안냈으면 싶다.
나도 내가 화나는 모습이
얼마나 추한지 알기 때문에 조심하려한다.
서로 감정만 남아
풀기 어려운 숙제를 만들거나,
상처만 남은 채로 살지 않도록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인이
좀 더 대접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가짜 장애인도 많고,
성격 나쁜 장애인도 많겠지만
그런 거 먼저 생각하면 누구에게도
호의를 베풀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호의를
베풀 생각이 없는 사람이고,
자신을 그런식으로
합리화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기부도 그렇다.
그들이 기부금을
다 꿀꺽하더라는 얘기를 하면서
기부의 필요성이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부를 정말 하고싶은 사람이 그런말을 할까.
친절이든 기부든
베풀고 싶은 사람은 베푸는 것이다.
베푸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 살며
좀더 친절을 베풀며 살면 좋겠다.
색안경을 벗고 베품에서 오는 기쁨을
느끼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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