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독후감
줄거리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장군이다.
동료 뱅커와 함께 어려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돌아오는 길,
세 마녀가 나타나 그들에게 예언을 한다.
맥베스는 왕이 될 것이며,
뱅커의 자손은 이후
대대로 왕이 될 것이라는 것.
이에 흔들리는 맥베스는
아내의 부추김에 더욱 힘을 내어
결국 왕을 시해하는 일을 벌이게 된다.
이후 예언이 신경 쓰였던 맥베스는
뱅커와 함께 뱅커의 아들도 죽이기에 나선다.
하지만 뱅커는 죽였지만 아들은 도망쳤고
이후 맥베스는 더욱 불안함에 떨게 된다.
뱅커의 유령도 보이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여
국정도 불안하게 운영하는 맥베스.
귀족들의 마음도 잃게 되고
민심도 잃어가게 된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마녀들을 찾아가 예언을 듣는 맥베스.
여자의 배에서 태어난 자는
맥베스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한편 맥베스의 아내는
정신적 불안감에 몽유병으로 괴로워하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게 되었고,
영국으로 갔던 귀족 맥더프가
시해된 왕의 아들 말콤과 함께
스코틀랜드에 쳐들어오게 된다.
결국 자궁을 절개하고 태어난 맥더프는
맥베스를 죽일 수 있었고
다시 맬컴이 왕이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내 생각
욕망의 끝 혹은 광기로 치닫는
맥베스의 이야기라 알고 접한 책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맥베스라는 인물이
그렇게 지독하거나 극악인 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녀의 예언에 혹은 유혹에 흔들려
잠시 딴 맘을 먹긴 하지만,
이내 왕을 죽이는 일이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맥베스보다
더 강심장인 아내의 부추김에 다시 넘어갔다.
이 두 사람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악행을 행하다 마지막에
결국 응징을 받고 죽었다면
뭐 그런대로 그런가보다 했을 텐데,
계속하여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두 사람이라
더욱 남에 일 같지 않고
그 감정에 이입하기가 좋았다.
어쨌든 이 맥베스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인 만큼 마음고생은 심했지만,
왕이 되려는 야망은 품을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인 것이다.
그가 한 행위가 왕을 죽이는 악행이기 때문에
역시 욕망이란건 정도가 지나치면
광기를 부르는구나하겠지만,
만약 그 정도 스케일의 선행이었다면
극찬을 받았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맥베스의 야욕은
내면의 도덕적인 문제와 충돌을 일으켜
그를 괴롭게 하고 비극으로 치닫게 되긴 했지만,
그가 영웅으로서 가진 그릇만을 본다면
왕이 되려 했던 야망은 훌륭한 것이다.
책에서 종종 나오는 대사.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탁한 대기, 안개 뚫고 날아가자’
맥베스가 비록 부정적인 방법과
악한 방법으로 대권을 노렸기 때문에,
인과적으로 악한 결과를 초래하긴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런 더러운 모습 안에는
반대로 큰 용기라고 하는
고운 모습도 숨어있다고 생각했다.
곱기도 하고 더럽기도 한 것이
혼재되어있는 세상과 내 자신인데,
흔히 규정지어진 선한 것만을 고운 것이라 하고
악한 것만을 더러운 것이라 한다면
용기나 야망 같은 것은 어느 축에 끼어야할까.
선한 방법으로 용기를 내면 용기이고
악한 방법으로 용기를 내면 아니게 되는 것일까.
맥베스가 왕을 죽이고 왕좌에 올랐기 때문에
모든 것이 더러운 인간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곱기도 하고 더럽기도 한 것이라 생각한다.
맥베스가 이렇게 용감하여
최소한 비겁하거나 겁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가 마지막까지 도망가지 않고
전투에 나서서 죽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두가 꽁무니를 빼고 도망간 마당에
비극의 결말을 혼자 맞는 것이다.
‘내가 왜 얼간이 로마인 행세를 하면서
내 칼로 죽어야해?’
더럽고 추악한 모습만을
보이다 간 것 같은 맥베스이지만,
스스로 택한 길에서 물러서지 않고
결과를 보려고 한 그 모습은
고우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 2
셰익스피어 작품들의 특징을 찾아보자면
크게는 질서의 파괴와 회복이라는 명제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생각해보니
햄릿에서도 비슷한 해석을 본 것 같았다.
질서라는 것이 악에 의해 파괴 되더라도
필연적으로 다시 회복 될 것이며
불완전한 인간이 질서에 순종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는 뜻이다.
햄릿도 그랬고 맥베스도 그랬다.
어떤 이유에서든 질서가 흐트러지고
갈등구조를 갖다가
결국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면은
바로 ‘대가’가 따른다는 측면이다.
썩은 살을 도려낼 때는
썩은 부분 이상의 것을 도려내야 한다.
햄릿이 선친의 복수를 이루고
질서를 찾긴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만 했듯이
맥베스도 결국 죽어야만 했다.
하지만 질서는 다시 잡혔다.
햄릿의 선친을 죽인 클로디어스가 죽어서
제대로 된 사람이 왕위를 물려받았으며,
맥베스가 죽고 다시 시해된 왕의 아들
맬컴이 왕위를 물려받았다.
이것을 요즘 정의구현이라고 하는가 싶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는
이처럼 한번 깨진 질서가
어떻게 해서든 다시 바로잡히는
구조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공짜가 없다는 것 또한 말하고 있다.
정의를 구현하고 싶다면
피를 봐야하는 이유.
셰익스피어의 비극들만 보더라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햄릿도 맥베스도 처음엔 갈등하고
몸 사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피를 봐야만 하는 것은 여지가 없었다.
무엇이 정의인지는 햄릿과 맥베스가 다르다.
햄릿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 맥베스는 왕위 찬탈.
둘 다 선이라면 선이고 악이라면 악이지만 아무튼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있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했다.
맥베스가 악의 측면만 아니라면
용기 있는 인물이라 생각 했듯이
햄릿도 매우 용기 있는 인물이다.
그러니 한번쯤은 살면서
갈등의 상황에 놓였을 때
내가 하지 못하는 행위를
두 인물이 해줌으로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왜냐면 두 사람 다 나와 같이
갈등이라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악인들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저 악을 행하는 것에
재미 들린 사람들처럼 보였다면
이들은 정말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갈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나는 악행에 재미 들린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선행에 재미 들린 사람도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선행이나 악행이냐를 고민하고 갈등하는
전형적인 갈등형 인간이다.
내가 정말 시험에 들었을 때
언제나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그런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죽음을 초탈하고 복수를 감행한 햄릿,
자신이 피를 봐야한다는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인 맥베스.
큰 갈등의 상황에 보여준 그들의 용기가 돋보였다.
내 생각 3
마녀들이 이렇게 말했다.
‘배를 빠뜨릴 순 없지만 폭풍우로 뒤흔들겠다.’
직접 어찌 하진 못하고
부추기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당시에야 마녀들이
흔들어놨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으로 치면 마녀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흔들린 것이고
악이 외부에서 온 것 같지만
결국 내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왜냐면 마녀들이 하는 말을 보면
냉정하게 봤을 때 모순되는 말도 많고
상식적으로 그렇게 합당한 말도 아니다.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지만,
뱅커의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는다는 말도
결국엔 맥베스가 뱅커의 아들에 의해
왕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맥베스는 일단
왕이 된다는 말에 꽂힌 것이고,
뱅커 아들의 일은 자기 스스로
어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러니까 자신이 왕이 된다는 것은
곧이곧대로 믿으면서도
뱅커의 아들이 왕이 된다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욕망의 속성이라는 게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맥베스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미 왕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결국 누구나 마음속에는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다 있다.
다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맥베스가 이런 대사를 했다.
‘결심이 식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자’
이 말은 결심이라는 게 언제 식을지 모르는
간사한 것이라는 뜻도 되고,
마음이란 것이 늘 변한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 결심이 악행으로 치닫긴 했지만
결심이란 것은 식게 마련이니
즉각 행위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맥베스는 장군다운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을 비슷하게 사는 입장에서 보면
결심이란 것이 그렇게 자주 드는 마음은 아니다.
그래서 결심이 섰을 때 해봐야
또 결심이란 걸 할 수 있다.
맥베스 장군은 수많은 전쟁을 치른 영웅으로서
전쟁 속에서 역시 수많은 결심을 했었을 것이고
주춤거리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결단력과 실행력을 갖춘 맥베스이기에
마녀들의 유혹에도 결심이 섰을 것이고,
이번 기회 아니면 또 왕이 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맥베스의 이야기를 욕망이 넘쳐서 비극으로 치닫는
한 악한 인간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보다는
결단력과 실행력이 있는 장군의 면모를 가진 인간,
그리고 그릇이 커 왕이 될 용기를 가진 인간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처음부터 맥베스에게
욕망이 남달라 마녀들이 접근했다기 보다는
욕망은 있으면서 결심도 못하거나
결심해도 실행 못하고 사는 용기 없는 사람들은
마녀들 조차도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맥베스형 인간이 마녀들이 보기에 탐이 났던 것은
그가 가진 욕망이라는 더러운 면 때문이 아니라
용기와 결단력이라고 하는 고운면 때문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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