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독후감
줄거리
폴은 서른아홉의 여성 실내장식가.
그의 오랜 연인 로제와 함께 지낸다.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로제는
자유분방하여 폴을 두고도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녔으며 로제는 그로인해 늘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던 중 폴은 잘생긴
25살의 청년 시몽을 만나게 되는데,
시몽이 폴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 후 폴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호기심에도 이끌려 시몽을 만나게 된다.
로제와의 관계에서도 권태로웠고
마침 시몽 덕분에 행복하게 보내게 된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자신의 나이
그리고 시간지난 후의 시몽과 자신의 모습
등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폴은
시몽을 만나면서도 계속 로제를 생각한다.
몇 년 뒤 우연히 로제와 만난 시몽과 폴 커플.
결국은 로제나 폴 둘 다 그동안 행복하지 못했다면서
서로 새롭게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
이제 시몽에게 마지막을 고하며 짐을 싸 나오는 폴.
그날 저녁 그녀에게 전화 한통이 온다.
외박해야한다는 로제의 전화이다.
내 생각
폴의 일상을 따라가 보면
로제가 참 뻔뻔한 남자로구나 싶고,
저런 남자와 왜 아직도 관계를
유지하는가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만나는 것일 태니 계속 읽어나간다.
이때 자신에게 반한 14살 연하의
꽃미남 시몽이 등장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한눈팔아도
욕할 사람이 없을 정도 같고,
자신이 납득할만한 만남도 되지 않을까.
이 시몽이라는 연하남이 보통 잘 하는 게 아니다.
뭐든 시키면 할 준비가 된 충견 같은 사람이다.
아무튼 시몽이 첫 데이트 신청을 할 때
공연에 함께 가자는 것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말로 했고 이것이 책의 제목이다.
그런데 제목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다.
작가는 물음표가 아닌 점 세 개로 해야 맞다고 했단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선 폴은 저 물음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브람스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게 된다.
그런데 그러던 중 갑자기 눈물이 나오게 된다.
자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는 지 안 좋아하는 지도
모를 만큼 세월을 허황되게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다.
로제에 빠져서 살아오긴 했지만 정말 좋아하는 건 모른다.
폴은 대체 왜 이런 슬픔을 느끼게 된 걸까.
뭘 해봐야 좋아하는 지 아닌지도 알 수 있을 텐데,
그저 일하고 오면 로제를 기다리고
외박하는 그에게 마음 아프고,
그것만을 반복하며 살다보니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여유도 없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진짜 좋아하는 것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른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며
이게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는 자신.
좋아하는 게 뭔지나 알고는 사냐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해 볼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시몽의 데이트 신청 하나에 알게 된
슬픔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느낌표가 아닌 점 세 개인 이유는 작가가 나에게
‘뭘 좋아하는 지도 모르고 살지 마시고,
이젠 좀 알고 사세요....’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또한 서평에 의하면 브람스라는 사람은
자신 스승의 아내를 사랑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자역시 14살 연상이었단다.
연상녀를 사랑한 남자이니
시몽과 같은 처지인 것은 매치가 된다.
그리고 프랑스에선 브람스의
이런 이미지 때문에 브람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 없다고 하니
시몽이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는 것에도 이해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지금 시도하려고 하는 그것.
연상녀에 대한 사랑.
그것을 해보자는 듯 느껴진다.
또한 시몽을 만나러 온 폴에게
시몽이 했던 말을 돌이켜보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시몽은 브람스를 좋아하든 하지 않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건 삶이란 게 무엇을 좋아하고 안하고 상관없이
굴러가기 쉽다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뿐인데
어쨌든 공연에 같이 가게 됐으니 말이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맞물려서 굴러가는 일이 많이 있을까.
그랬다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나
전쟁 난민들이 생기지도 않았겠지.
그들에겐 뭘 좋아하는 지와 상관없이
세상이 굴러가는 걸 생각하면
비교적 나는 좋아하는 것을 찾거나
실현해나가기에 좋은 곳에 살고 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걸 모르는 일도
그들이 보기엔 유죄가 될 법하다.
시몽과의 사랑에 머뭇거리는 폴에게 시몽이 말했다.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그 죄의 벌로 고독형을 선고한다.’
세상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굴러가는 곳이긴 해도,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을 소홀히 하는 것은
어떤 이들이 보기엔 죄가 될 만큼 아까운 것들일 수 있다.
내 생각 2
지극 정성인 시몽의 태도에도
폴은 왜 자꾸 로제를 생각하는 걸까.
로제가 폴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마치 어장관리 하거나 혹은 폴을 보험용 여자로
취급하듯 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로제가 외도를 많이 해도 이미 익숙한 사람이고,
시몽이 아무리 자신에게 잘해줘도 뭔가 계속 찝찝하고
익숙하지가 않아 마음이 쉽게 가지 않는다.
내 머릿속엔 폴이 시몽과 함께하며
그의 손에 뛰고 있는 맥박을 보며
눈물 흘리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을 제대로 본 것’ 이라고 표현했다.
팔팔하여 젊고 잘생긴 그의 손에 있는 핏줄과 맥박.
그에 비해 늙고 힘없는 듯 한 자신.
아무리 사랑한다고 노래해도 서글퍼지기만 할 뿐이다.
취향이든 뭐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춰줘도
자신이 사랑할 수 없는 남자가 시몽이고,
자신에게 무심하기 그지없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로제이다.
아무리 얻고 싶어서 일일이
대상에게 맞춰주고 해도 얻을 수 없는 것.
아무리 떼어버리고 싶어 발버둥 쳐도
떼버릴 수 없는 것이 사랑인가보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몸과 마음이 간다.
이런 폴의 심리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지 잘 몰랐다.
그런데 작가 ‘사강’의 유명한 말이 하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글의 마무리만 봐도 로제를 택한 것은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어렵게 다시 로제에게 돌아갔지만
그도 얼마못가서 다시 다른 여자와
외박을 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끝난다.
이건 마치 시몽은 건강한 샐러드라면
로제는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 같다.
폴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몰랐지만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사강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해석이 가능 한 것이다.
시몽이 젊고 싱싱하고 자신에게
유익한 청년인 것은 알겠다만,
자꾸만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가
당기는 걸 어쩌냐는 것이다.
내가 스토리만 보고는 로제에게 집착하는
그녀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만,
이건 이해하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냥 관성의 법칙처럼 살던 대로 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그게 몸에 나쁘다 해롭다 해도
담배를 못 끊고 술을 못 끊는 것처럼
로제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사강도 실제 어려서부터
자신을 파괴할만한 행동을 많이 해왔다.
술, 담배, 마약, 드라이빙 속도를 즐기다 대형사고 등.
그녀의 인생 자체가 이미
자신의 파괴하는 중독의 삶이었다.
이런 사강의 모습을 딱 보고 한심하다 생각하는 이상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폴의 심정을
이해 할 수가 없을 듯하다.
중독이란 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파괴되어가는 사람이
내 인생 내가 그리 살다가련다 하면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시몽이 하는 거에 비해
그리고 로제가 하는 거에 비해선,
정말 너무한 선택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폴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흔한 말로 꼰대가 무엇일까.
나쁜 것에 중독되어 스스로 파괴되어 간다는 것을 알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 잔소리 하는 것이 꼰대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아는 게 비꼰대 일 것 같다.
내 생각3
사강과의 인터뷰에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사랑을 믿으세요?”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뿐입니다”
이런 작가의 성향만 보더라도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폴의 로제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게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서평엔 ‘성격이 곧 팔자다’ 라는
셰이스피어의 경구가 나온다.
나는 폴을 보며 자신을 파괴하는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으로 해석했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여기 세 인물 모두 성격이 팔자인 사람들이다.
폴을 좋아하면서도 다른 여자를 계속
만나야만 하는 자유로운 영혼인 로제,
일하기 싫어하면서도 폴에겐 기대고 싶은 성격의 시몽.
연하와의 사랑이 불안하여
결국 익숙한 사람과 만나야하는 폴.
그들 성격이 달랐다면 스토리도 완전 바뀌었을 것이다.
폴이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시몽 아니라 몇 남자도 갈아치웠을 것이고,
시몽이 독립적인 성격이었다면 폴의 애매한 태도에
냅다 차버리고 다른 여자 만났을 것이다.
결국 성격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 한 것이다.
내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모두 무엇 때문일까.
직업도, 결혼도, 몸 상태도, 인상도.
내 팔자에 있는 것들 모두
내 성격에서 벗어난 것이 얼마나 있을까.
모두는 아니더라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성격이 팔자라는 말은 참 아픈 말이면서도,
희망 섞인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성격하나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거 하나 바꾸는 데 인생이 다 간다는 게 맹점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면서 그렇다는 걸 느꼈다.
사람의 성격은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니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성격도 파악할 수 있고,
고칠 것은 고칠 수 있는 시도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인생 살면서 좋아하는 것쯤은 알고 사세요...
하는 것으로 내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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